[세계는 지금]미국, 석유대체 물질 개발 '제 2 골드러시'
테네시 등서 에탄올 공장 수십개 건립 예정
유가 폭등으로 개발비 부담 상대적으로 줄어
◇미국이 옥수숫대, 밀짚, 풀 등 바이오매스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방식을 집중 연구 중인 가운데 한 농부가 에탄올 원료가 될 다년생 식물 스위치그래스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이 석유 대체 에너지로 에탄올을 개발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과 세금 감면 혜택, 높은 투자 가치 등으로 에탄올 개발에 자본과 기술이 몰려들면서 제2의 ‘골드러시’를 향해 가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뉴욕타임스는 25일 테네시주에서 캔자스주, 캘리포니아주에 이르기까지 수십개의 에탄올 공장이 건립돼 중부지역의 경제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탄올 공장 2개가 세워지고 있는 텍사스의 조그만 농촌 히어퍼드는 에탄올 붐의 발화점이 되고 있다. 앞으로 1년 내 에탄올 공장 39곳이 중부 지역에 새로 건립될 예정이다. 다국적 농업기업 카길은 미국 내 에탄올 설비를 배로 확대해 연간 2억갤런(7억5700만ℓ)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에탄올 생산은 옥수수콘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옥수수 부족으로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2007년 중반에는 목축업자들과 에탄올 개발업자 간 ‘옥수수 확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돌자 과학자들이 ‘바이오매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중부 지역 대초원이 바이오매스 에탄올 개발의 새 자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오매스는 옥수숫대, 나무토막, 풀 등 각종 농업 부산물을 말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옥수수콘을 잘라내고 남은 옥수수 대와 잎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옥수수콘으로 만들어낸 에탄올은 현재 미국 전체 에탄올 소비량의 3%에 불과하다. 옥수수를 최대한 경작하더라도 에탄올 전체 소비량의 10∼12%밖에 생산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들과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도는 농작물 쓰레기와 식물 잔유물로 에탄올을 만드는 새로운 기법 개발에 돈과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농업협력업체, 거대 석유회사, 헤지펀드, 심지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투자하고 있다는 것. 몇몇 바이오매스 에탄올 회사는 시험 공장을 건설했으며, 일부는 대규모 시설을 세울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미 의회도 자금 지원을 약속하면서 신규 사업을 적극 후원하고 나섰다.
옥수수 대와 잎 추출 에탄올과 옥수수콘 에탄올의 효능은 비슷하지만 만드는 기법은 천지차이. 한때 바이오매스 에탄올 개발비가 너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유류값이 폭등한 결과 개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매스 연구개발로 미국이 조만간 자동차 연료를 국내에서 완전 자체 공급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처럼 자동차 연료의 40%를 사탕수수에서 만들어 낸 알코올로 대체한 전례가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미 자연자원국방위원회(NRDC)와 보수적인 국가안보론자 등 다양한 그룹이 바이오매스 에탄올 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협회 브렌트 에릭슨 부회장은 “일찌기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익단체들이 바이오매스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크 리지 국가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바이오매스 연료로 수입 석유의 30% 이상을 대체할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옥수수콘 에탄올, 연료 효율화 등을 달성하면 에너지 독립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
미국은 사탕수수 재배에 적합한 기후가 아니다. 하지만 나뭇조각, 톱밥, 밀짚, 휴지 등 액체 연료로 전환할 수 있는 식물자원이 풍부하다. 특별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다년생 식물 ‘스위치그래스’를 재배할 수 있는 땅도 수백만에이커가 남아 있다.
최적의 위치로는 아이다호가 지목되고 있다. 바이오매스를 액체연료로 전환시키는 사업의 개척자 역할을 하는 캐나다의 아이오겐 테크놀로지사는 아이다호의 스네이크 계곡을 주목하고 있다. 로열더치셸사도 초기 투자 기업 중 하나다. 캐나다와 독일이 아이오겐을 회유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대출을 약속하면 아이다호에 첫 거대 공장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농가들은 아이오겐 공장에 밀짚 등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매스 에탄올 생산이 본격화돼 사업 규모가 커지면 나무토막과 폐지, 벼껍질 등도 자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바이오매스 공급 지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브래스카 임피리얼시의 젊은 영농인들은 옥수수 줄기와 잎의 관리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며, 바이오매스 공장의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보조금을 받고 과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옥수수 줄기와 잎을 손상하지 않고 옥수수를 수확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브루스 대일 미시건주립대 바이오매스개발연구소장은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 바이오매스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며 “액체연료 수요가 매우 높아져 과학자들은 온갖 것들을 다 액체연료로 전환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에탄올의 경제성 분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밀짚, 옥수숫대, 나무토막 등 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것만 해도 엄청난 물류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에너지용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미국 농업의 대변화를 수반한다. 아무도 바이오매스를 어떻게 저장해야할지 모르며, 일년 내내 생산해야 하는 것도 난제 중 하나다.
과학자들은 장기적으로 바이오매스에서 만들어낸 에탄올이 휘발유뿐아니라 옥수수콘 에탄올보다 훨씬 저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산비는 갤런당 60센트이며,소비자 판매가는 갤런당 2달러 미만(현재 휘발유는 갤런당 3달러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icykarl@segye.com
<바이오매스 에탄올 추출, 섬유소 분자분해 당분 확보가 핵심>
휘발유와 석탄, 천연가스는 모두 수백만년 전의 식물 찌꺼기다. 이 찌꺼기들이 완전 분해되기 전 땅속에 묻힌 뒤 열과 압력이 가해져 탄소 성분이 풍부한 화석연료로 변한 것이다. 학자들은 이 같은 매장 과정을 건너뛰어 바이오매스를 바로 연료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바이오매스 산업의 핵심은 포도당이라고 불리는 당분 확보. 이는 옥수수에 녹말이라는 분자 형태로 가득 차 있다. 이 녹말을 당분으로 전환시켜 알코올로 발효시키는 것은 쉬운 일. 하지만 식량용 옥수수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다른 식물에서 에탄올을 생산하는 게 숙제다. 과학자들은 식물의 탄수화물을 연료의 탄화수소 또는 다른 귀중한 화학물질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 30년간 과학자들은 셀룰로오스(섬유소)가 ‘최후의 차량연료’로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셀룰로오스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탄소 함유 분자이기 때문이다. 녹말과 마찬가지로 셀룰로오스는 포도당 분자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너무 조밀해 분해하기가 쉽지 않다. 셀룰로오스는 주로 나무 또는 풀 등 식물이 똑바로 서있도록 하는 줄기를 형성하는 물질이다. 이 분자를 분해하는 효율적인 방법만 개발된다면 농업 부산물 또는 특별 재배된 에너지용 농작물이 바이오매스 산업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이 분야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에탄올 1갤런을 만드는 데 들어간 효소의 가격이 과거에는 5달러였지만, 미 정부 계약 생명공학연구소들이 이를 갤런당 30센트로 낮췄다. 덕택에 에탄올을 만들어 내는 수많은 중소기업체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에탄올 개발이 가격 경쟁력에 접근했다며 더 큰 공장 부지를 물색하는 한편 농부들과 원료 공급 계약을 하고 있다.
개발 이득은 따질 수 없을 정도. 화석연료를 태우면 탄소가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에 되돌아가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불러일으키는 온실 효과의 주범이다. 하지만 바이오매스를 바로 차량연료로 전환시키면 식물이 5월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0월에 자동차가 똑같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돼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2006.06.26 (월)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