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태양전지연구 김동환교수글
Read: 325, Vote: 0, Date: 2003/09/03 13:17:10 , IP: 163.152.27.13
글 제 목 태양전지이야기1
작 성 자 김동환 (donghwan@korea.ac.kr)
<이 글은 “에코비젼21”이라는 잡지 1999. 10 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태양전지 개발의 당위성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쓰려고 했습니다.>
돌멩이에 햇빛을 쪼이면 전기가 나온다
고려대 김 동 환 교수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태양전지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일반인들에게는 태양전지라는 단어가 우리가 흔히 쓰는 받데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뭔가 복잡한 원리가 있을 것 같은 두려움을 주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태양전지는 반도체라는 결정질로 된 일종의 돌이며 이를 가공하여 빛이 전기로 변환되도록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반도체에 빛이 흡수되면 빛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가 반도체 내부의 전자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 데 사용되고, 이러한 전자가 어느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려면 전기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붙여주는 것이다. (p-n 접합)
위의 설명을 잘 음미해 보면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키는데 아무런 부산물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원자력 발전을 제외한 어떤 방식의 발전이든지 그것은 다른 형태로 저장되었던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작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부산물이 생겨나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를 초래한다. 화력발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환경과 비용면에서 원자력발전이 우수한 대체에너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놈의 숙제를 도와주다가 ‘인류의 유일한 미래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에 대해 알아보자’라는 경악스런 문장을 대한 경험이 있을 정도이다.
원자력발전이 ‘온실가스’라고 불리는 이산화탄소나 그 외의 공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얘기를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 이웃에 핵발전소나 폐기물 하치장을 만들자고 하면 그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비용효율적인 면에서도 원자력은 환경과 안전문제를 고려했을 때 다른 발전기술 보다 우수하다는 확신을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태양전지는 어차피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를 바로 전기에너지로 전환시켜주므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무시할 만 하다. 그러나 아직도 가격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 대량 상용화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전력비가 kw-h 당 12센트 이하인데 반해 태양전지에 의한 전력비는 kw-h 당 약 30 센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 차이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탄소세 등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화력발전 비용이 점차 상승하는 반면 기술적인 발전 및 대량 생산화에 따르는 태양전지의 가격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므로 다소 낙관적인 견해에 따르면 약 2010년도에 태양전지의 전력비가 가격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전지를 연구개발해야하는 이유를 단지 환경보호 차원에서 주장하면 다소 ‘낭만적’인 견해로 치부될 가능성이 있다. 머지 않은 시일에 대량 상용화가 실현되면 그 세계 시장 규모는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박막표시장치 (TFT LCD)에 이어 제 3의 기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일본의 샤프전자의 쓰지(晴雄) 사장이 그리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태양전지 생산을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이미 MW 규모의 파이롯트 플랜트를 세우는 등 대량 상용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태양전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계산기에 붙어 있는 소형에서부터 고속도로 비상전화나 산꼭데기의 통신탑에 붙어 있는 패널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다. 아직 전력의 인프라가 미치지 않은 곳 또는 중앙 공급식 전력체계가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오지나 낙도와 같은 곳에는 이미 태양전지 시스템이 적지 않게 공급되어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시장에 주목하여 남미, 아프리카, 인도 등 광활한 인구가 소규모 군락 형태로 널리 분포하는 지역에 적합한 전력 공급원으로서 태양전지 시스템을 판매하여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있다.
태양전지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가 시급하다는 말을 하면 ‘그 정도의 기술은 상업성이 확보된 뒤에라도 단시간에 연구개발해 낼 자신이 있다’ 고 일축해 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현재에도 그렇듯이 아까운 기술료를 지불해야하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행착오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태양전지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략적인 투자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Read: 307, Vote: 0, Date: 2003/09/03 13:17:57 , IP: 163.152.27.13
글 제 목 태양전지이야기2
작 성 자 김동환 (donghwan@korea.ac.kr)
<이 글은 어디엔가 기고하려고 써 놨던 것인데 아마 기회가 없어서 그냥 가지고 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데이터 중 우리 나라 보급정책에 관한 부분은 현재 훨씬 더 확장되어 있어서 수정이 필요함을 밝혀 둡니다.>
태양전지를 이야기합시다.
고려대학교 재료공학부 김동환 교수
미국 텍사스주의 사막에 태양전지로 1000 MW 급의 발전소 (참고: 소양댐 발전량 200 MW) 를 세우고 거기서 나오는 전력을 한국으로 끌어다 쓴다는 계획을 발표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게다가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있어서 미국에 있는 태양전지 발전소에서 전력이 생산되는 시점이 한국에서 피크 시간대하고 대략 맞으니까 이것이 좋은 계획이 아니겠는가 하고 얘기한다면 듣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이것은 실제로 일본의 정부관리가 태양전지 국제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위의 내용중에서 한국을 일본으로 바꾸면 그가 발표한 얘기가 된다. 얼마나 실현성이 있는가는 둘째로 하고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국제모임에서 이런 내용의 발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대담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였다. 물론 그 자리에 있었던 전문가들 모두 진지하게 그 발표를 경청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은 지난 70년대 첫 번째 오일쇼크 이후 꾸준하게 태양전지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해 왔고 그 결과로 태양전지가 관련된 거의 전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을 압도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누리고 있으니, 일본의 정부 관리가 발표하는 내용이 아무리 황당하게 들릴 지라도 일소에 붙일 수 없는 무게가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 99년 9월 하순에 일본에서 태양전지 국제학회가 있었다. 학회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각국에서 들고 나오는 논문의 양과 수준은 대략 그 나라의 투자규모와 일치한다. 60년대 우주항공산업이 발전하면서 우주선의 에너지원으로 개발되었던 태양전지 기술은 당시 우주항공산업의 첨단에 있던 미국에 의해 선도되었다.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지상용 전원으로서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가 열기를 띄기 시작했다. 80년대 초 카터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정점으로 하여 공화당의 부시행정부 시대 이후 미국정부의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에 반해 유럽과 일본은 꾸준히 투자를 증가시키거나 적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였다. 그 결과는 요즘 학회에 참석하면 확인할 수 있다.
1993년 경에 미국이 비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를 공식적으로 포기하게 된 데는 이 분야에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태양전지의 다른 분야에 연구개발 노력을 집중하여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었겠으나 실리콘, 다결정 박막 태양전지 등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이제 일본이 명실공히 세계 태양전지 기술의 정상에 와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게 되었다. 더듬거리는 영어실력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일본인 기술자의 발표가 귀에 거슬리고 답답해도 어쩔 수 없이 들어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가끔은 유럽 학자들의 일부가 자국 정부 또는 유럽 콘서시움의 후원을 받아 스타로 떠오르고 학회에서 좋은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그들도 왠지 요즘은 어깨에 힘이 빠져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저력은 언제나 그랬듯이 기술자들의 벤쳐 정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태양전지 연구를 한 지난 십년 동안 미국에서는 숱한 태양전지 회사가 세워지고 사라져갔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성만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수요의 성장이 예상보다 지연되자 많은 회사가 도산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의 미미한 상태에서도 80년대 미국에서 비약적인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데에는 이러한 벤쳐기업들의 공헌이 컸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회사가 망한다고 해서 기술과 설비가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의 이름이 바뀌고 경영주가 달라질 뿐 기술, 설비, 그리고 인력까지 고스란히 다른 기업으로 승계되고 다시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것이다. 알코솔라가 지멘스 솔라로, 모빌솔라가 ECN으로, 쏠라렉스가 BP 쏠라로 바뀐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내가 아는 미국인 기술자들도 학회에서 만날 때마다 명함이 바뀌곤 했다. 어떤 때는 아예 단독으로 기술자문 회사 (consulting firm)을 차렸다고 본인 이름의 회사명이 박힌 명함을 주기도 한다. 어떤 때는 그냥 회사가 문 닫아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전혀 그림자가 없고 오히려 밝고 자신감에 차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언제나 놀라운 일이었는데 회사가 문을 닫아서 직장을 잃고 새 직장을 구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창업하는 것이 그네들의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미국은 그렇게 미국식으로 태양전지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서 대량상용화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부족한 가운데서도 민간부문의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진 결과였다. 90년대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환경보호에 더욱 역점을 두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인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 한 예로 1997년 이후 매년 10백만$의 예산으로 2010년까지 1백만호의 주택․건물에 3,025 MWp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보급하기 위한 Million Roofs Solar Power Initiative를 대통령령으로 추진하는 계획에 힘입어 상용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까지 총 에너지 수요의 대체에너지 공급비중 2%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에너지기술개발 10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등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인 투자를 진행하여 왔으나 투자의 규모가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LG 산전이 시설용량 50kW의 계통연계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한전 전력연구원에 설치하였다는 발표와 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태양전지를 이용한 노트북, 이동전화 등의 휴대형 전원장치를 개발했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서 이제는 태양전지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아지지 않겠나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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